화성에서 온 기획자, 금성에서 온 개발자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월드컵 사상 최초로 4강에 진출하는 신화를 만들어냈다. 정말 잘 싸웠고 정말 잘 응원했다. 전세계는 한국팀의 선전에 놀랐고 우리의 응원에 또 한번 크게 놀랐다.

폴란드,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 유럽의 강호들을 하나씩 격파하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우리가 ‘운’이 아닌 실력으로 세계의 높은 벽을 무너뜨리고 있다라는 것을 실감하면서 놀라운 우리축구의 발전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다 아는 사실이지만 이런 놀라운 발전 뒤에는 명장 히딩크가 있다.

히딩크는 스타플레이어가 부재한 한국축구를 체력을 바탕으로 한 조직력으로 4강까지 올려 놓았고 ‘조직력을 위해서라면 스타플레이어도 과감히 대표팀에서 탈락’시켰으며 이 밖에도 ‘선후배간 함께 식사하기’, ‘이름 부르기’라는 다소 독특한 방법까지 동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결과 우리 선수들은 볼을 잡는 순간 어디로 패스해야 할지를 본능적으로 아는 것처럼 보였으며 한 선수가 실수를 할 때에도 예전처럼 고객 숙이고 한숨 짓는 것이 아닌 박수를 보내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고 그 힘을 바탕으로 역전의 드라마를 연출했다. 그렇다, 축구는 조직력이다.

그리고 우리가 매일매일 일하고 있는 회사도 결국 조직력이다. 잘 되는 팀은 스타플레이어가 혼자 튀는 팀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고 팀 분위기가 그 팀의 실적을 좌우한다는 것도 이미 배웠다.

그런데 왜 우리가 일하고 있는 직장에서는 한국축구처럼 단단한 조직력을 보기 어려울까? 특히 여러 다른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있는 IT업계에서는 더욱 그렇다. 다음의 대화를 들어보자.

기획팀장: “우리 개발자들은 실력이 없어요, 새로운 기획안을 설명할 때면 늘 안 되는 것부터 먼저 이야기 한다구요, 뛰어난 개발자들과 일할 수 있게 해 주세요…“

개발팀장: “기획자라는 친구들은 입만 살았어요, 도대체 기술에 대해서라곤 조금도 모르면서 어디선가 들은 이야기를 가지고 와선 새로운 기획이라고 혼자 떠들다 가버려요…”

오랜 동안 인터넷 사업을 진행에 온 필자도 위의 경우엔 참 난감하다. 그런데 이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이런 상황을 계속 방치할 경우 조직력은 무너지고 사업은 실패할 확률이 높아진다.

대부분의 경우 회식이나 워크샵을 통해 서로의 이해를 높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보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좀처럼 찾기 어렵다.

그럼 기획자와 개발자는 정말 근본적으로 다른 사람들일까?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 해서 기획자들과 개발자들은 사고의 매커니즘이 근본적으로 다른 것일까? 이런 의문을 갖는 분들은 오늘 한가지 힌트를 David & Danny로부터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위의 질문에 대한 답부터 먼저 하면 개발자들과 기획자들은 사고의 순환고리가 서로 다르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IT 컨설팅 기업 Gartner는 오랫동안 IT 컨설팅을 진행하면서 위의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아래 Gartner의 다이어그램을 주목해 보자.


<출처: Gartner Report>

위의 다이어그램을 보면 기획자(Business people)와 개발자(IT people)의 사고 시작점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니까 기획자는 Do I trust?로 시작해서 Will it Work?로 끝이 나고 개발자는 Will it Work?로 시작해서 Do I Trust?로 끝난다.

기획자는 직관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먼저 생각하고 개발자는 분석과 실험을 먼저 떠 올린다. 자, 다시 기획팀장과 개발팀장의 불만을 들어 보자.

기획팀장: “우리 개발자들은 실력이 없어요, 새로운 기획안을 설명할 때면 늘 안 되는 것부터 먼저 이야기 한다구요, 뛰어난 개발자들과 일할 수 있게 해 주세요…“

개발팀장: “기획자라는 친구들은 입만 살았어요, 도대체 기술에 대해서라곤 조금도 모르면서 어디선가 들은 이야기를 가지고 와선 새로운 기획이라고 혼자 떠들다 가버려요…”

이제 위의 기획팀장과 개발팀장의 불만이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만약, 당신이 CEO나 고급 관리자라면 위의 다이어그램을 통해 커뮤니케이션 갭을 이해하고 그것을 중재할 수 있는 현명한 방법을 찾도록 노력해야 한다. 조직력이 사업의 성패를 가늠한다는 것을 축구를 통해 분명히 깨달았으니 말이다.

P.S., 아차, 한가지 빼먹은 것이 있다. CEO나 고급관리자들은 어떤 사고 프로세스를 갖고 있는지 빼 먹었다. 대다수의 CEO나 고급관리자들은 Is It Right for the Business로 시작해서 Is It Right for the Business로 끝난다. 2002-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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