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man Miller-지식근로자를 위한 Office System

혹시 ‘벤처의자’를 본 적이 있는가? 벤처 붐이 불기 시작하면서 동시에 인기를 끌었던-뒤에 목 받침대가 있고 등받이가 양갈레 심장 모양으로 생겨서 중심은 철재 버팀목으로 된-그 의자 말이다.

요즘엔 찾아보기 어렵지만 그 때만 해도 의자에 앉은 채로 잠이 들곤 하는 ‘개발자들을 위한 의자’로 꽤 인기가 많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우리들의 근무환경이나 일하는 방식도 많이 달라지고 있다.책상 위에는 이미 PC가 가장 중요한 업무도구로 중심을 차지하고 있으며 사내 네트워크로 인해 플로피 디스크는 찾아보기 어려워 졌고,또 수북하게 쌓였던 서류들도 점차 사라져 가고 있다.

그런데 다시 한번 자신이 일하고 있는 사무실을 둘러 보자.대부분 인터넷 기업들,아니 육체 노동이 아닌 ‘정보를 교환하고 편집하고 그것을 업무성과로 변환시키는’ 지식 근로자들이 근무하는 환경을 보면 일반적으로 높은 벽으로 둘러쳐져 있는 사무실을 발견하게 된다.

오피스 환경만큼은 참 변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문득 깨닫게 되지 않는가? 필자가 7년 전에 근무하던 환경이나 지금 근무하는 환경이나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물론 나이 먹고 직급이 올라간 덕분에 책상 옆에 작은 손님용 의자들이 가지런히 놓여져 있는 것을 제외하면 말이다.

이런 의문을 깊게 고민하고 정형화된 오피스 시스템을 전혀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한 회사가 있으니 바로 Herman Miller다.정확히 따지면 Herman Miller의 Resolve studio가 바로 오늘 컬럼의 주인공이다.

Resolve studio는 미시건에 위치한 Herman Miller’s Design Yard에 있다.그리고 Resolve project team을 이끄는 장본인은 35세의 여성 디자이너 Birsel이다.Birsel은 오피스 시스템의 한 획을 그은 120도 시스템을 고안해 냈다.

120도라는 각도는 사람이 편안하게 양팔을 벌리고 환영하는 형태로 대단히 organic한 각도다.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90도의 grid 시스템은 공간활용 측면에서 약간의 효율은 가져 올 수 있으나 업무 생산성 측면을 고려한다면 120도의 시스템이 훨씬 더 높은 생산성을 가지고 온다고 한다.

그런데 필자가 감동한 것은 120도 시스템 그 자체가 아니라 이 시스템이 나오게 된 배경 때문이었다.이 시스템을 고안하기 전 Birsel은 과연 지식근로자가 일하는 형태는 어떤 것인가?를 집중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했다.

첫째,지식 근로자들은 그들의 일을 외부로 표현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을 뿐만 아니라 즐긴다는 것이다.아버지 시대의 근로자들은 그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철저히 감추고 지냈다.필자도 아버지가 어떤 일을 하는지 중학생이 되어서야 확실히 알았다.

그러나 현대의 지식 근로자들은 그들이 하는 일을 정확하게 외부로 표현하는 것을 즐긴다.그러니까 예전에 “무슨 일을 하십니까?” 라고 물을 때는 “삼성에 다닙니다”. 했던 것이 이제는 “무슨 일을 하십니까?” 하면 “저는 웹 사이트 설계를 담당하고 있습니다”로 바뀐 것이다.

그러니까 자신이 다니는 직장 중심에서 자신이 행하는 업무 중심으로 자신의 정체성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이것은 피터 드러커 선생님이 일찍이 말씀해 주신 바 있다.

둘째,지식 근로자들의 일은 vertical하다.이 말은 지식 근로자들이 더 많은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공간 연출이 시대적으로 필요해졌다라는 뜻이다.더 이상 사람들은 문서로 된 파일을 수북하게 쌓아 놓거나 하지 않는다.

그들이 필요로 하는 자료는 그들의 PC와 머리 속에 있으며 그것들을 프린팅 한다고 해도 가벼운 상태로,그리고 vertical하게 분류되길 희망한다.

셋째,연결성이 가장 핵심적인 요소로 부각되었다.현대 지식 근로자들의 업무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도 connected가 중요하다.그러니까 USB처럼 오피스 시스템도 plug in이 중요해진 것이다.

지식 근로자들의 특성에 꼭 맞는 오피스 시스템을 구현하기 위한 Resolve System의 디자인 원칙은 다음과 같다.

Be open, be connected.
Be simple, be flexible.
Be economical, be sustainable.
Be inspired, be yourself.

Resolve System을 조금 자세히 살펴보면, 이 시스템의 뼈대는 철재 Pole이다.수직으로 세운 Pole은 중심 케이블을 감추고 각각의 좌석과 연결되는 케이블은 120도의 수평 Pole을 통해 선들이 연결된다.

그리고 Pole을 축으로 삼아 벽 대신에 스크린을 설치하였는데 이 스크린 시스템은 동료와의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하면서도 자신의 프라이버시를 최대한 보장 받을 수 있는 연출-그러니까 스크린처럼 비추는 듯 하면서도 다 보이지 않는-을 완성시킨다.

스크린에는 바퀴가 달려 있고,확장 가능하게 설계 되어 있어서 높낮이 조절이 매우 용이하다.에어컨 바람을 차단할 수도 있고,높이 올려서 다른 사람들에게 집중하고 있는 중이라는 사실을 알릴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스크린에다가 자신이 좋아하는 이미지나 이름,슬로건,자신의 철학 등을 새겨 넣을 수도 있다.그렇게 하면 그 팀을 더욱 생동감 있고 다이나믹한 분위기로 이끌어 가는 효과가 발생한다.

벽과 벽 사이를 스크린으로 대체하는 것이 중요한 것은 이 공간이 너무 폐쇄적이 되면 커뮤니티의 밸류를 상실하게 되기 때문이다.그러니까 자신만의 공간이 보장하면서 다른 동료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 지장을 주지 않아야 생산성이 최고로 발휘될 수 있다.

Resolve System의 flexible한 특성을 가장 잘 보여주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책상인데 Resolve System의 책상은 높이 조절이 매우 용이해서 일어난 상태로 일을 할 수도 있고,또 바퀴가 있어서 다른 사람의 책상과 붙여 함께 일할 수도 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재미있는 것이 미니 캐비닛인데,이 개인용 미니 캐비닛은 일을 마친 후에 그걸 들고 퇴근할 수 있게 만들어져 있다.참으로 기발한 발상이 아닌가? 그대로 들고 퇴근한다니 말이다!

davidndanny.com 독자분들은 꼭 한번 Herman Miller의 웹사이트를 방문하길 권한다.Herman Miller의 웹사이트 또한 대단히 크리에이티브하다. Webby에서 상을 받기도 한 이 웹사이트는 Resolve System의 컨셉트를 잘 설명해 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직접 오피스를 설계하는 툴도 제공하고 있다.마치 게임처럼- 2001-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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