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 세정(税政)인가 빅브라더의 출현인가!! 일본판 주민번호, 마이넘버제도가 시작된다.

언제였는지 이젠 기억도 잘 나질 않지만 주민등록증을 받아들고서 ‘아, 이제 어른이 되었구나’하는 자각을 했던 기억이 남아있다. 아마도 한국사람이라면 주민등록번호 13자리를 완벽히 외울 수 있고, 주민등록증 역시도 언제나 지갑 속에 넣고 다니는 것이 상식일 것이다.  이런 상식을 가진 한국사람에게 우리랑 여러면에서 비슷한 문화와 제도를 가진 일본에 주민등록번호가 없었다는 것은 다소 의외의 사실이다.

 

개인의 신분확인을 위해서 일본에서 주로 사용하는 증명서는 운전면허증과 건강보험증카드이다. 그나마 건강보험증에는 사진이 없기 때문에 정확히 그 카드의 소유자가 본인인지도 증명하기 어렵다. 운전면허증은 가지고 있는 사람이 적기 때문에 신분 증명을 위한 범용성에서는 이 또한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즉 일본에선 주민등록번호와 같은 제도도 없고 이에 따라 본인의 신분을 명확하게 증명할 신분증도 실상은 없다고 할 수 있다.

 

주민등록번호 제도에 근거하여 정부 전상망이 크게 발전해온 한국에선 전국 어디에서든 가까운 동사무서에 가서 주민등록카드를 제시하면 신분확인이 되고 다양한 서류들을 뗄 수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본인이 살고있는 지역의 구청(구역소, 区役所)에 가지 않으면 주민표(우리나라의 주민등록 등본에 해당)를 뗄 수 없고, 호적 등본이라도 뗄라고 하면 자신의 호적 등록 지의 관청으로 신청서를 우편으로 보내야 호적등본이나 초본을 뗄수 있다. 사실 여간 불편한게 아니다.

 

이런 불편함을 개선하기 위해서인지 일본이 드디어 한국의 주민등록번호제도와 유사한 마이넘버라는 제도를 2016년1월부터 시행한다. 2015년 5월 “행정수속에 있어서 특정 개인을 식별하기 위한 번호의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약칭 “마이넘버법”이라는 법률 최종안이 5월31일 발표되었는데 아래의 그래프에서 알 수 있는 것 처럼 최근 일본의 TV에서는 마이넘버법안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뜨겁다.

 

그래프 1.  마이넘버법안에 대한 일본내의 관심도 추이  (키워드는 마이넘버- マイナンバー로 구글트랜드에서 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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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도입되는 제도가 우리와 무슨 관계가 있을까 싶기도 하겠지만, 일본에 진출한 많은 한국기업들에게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제도이기 때문에 관심을 가지고 그 내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가장 핵심적인 포인트가 될 5개의 질문을 FAQ의 형식으로 소개해본다.

 

(1) 마이넘버 제도는 언제 시작되는가?

2015년 10월에 주민표가 있는 모든 개인과 법인들에게 12자리의 마이넘버가 통지되고, 2016년 1월부터 마이넘버의 이용이 시작된다.

 

(2) 마이넘버는 어떤 곳에 사용되는가?

육아수당, 후생연금, 소득에 대한 원천징수, 그리고 증권회사나 보험회사에 제출하는 소득증명에 관련한 서류 등에 기재되며, 개인과 가족의 마이넘버는 개인이 소속된 기업과 증권회사나 보험회사 그리고 관청이 마이넘버 관련 정보를 분산하여 보관하게 된다.

 

(3) 유효기간이 있는가?

20세 이상은 10년, 20세 미만은 성장기에 있기 때문에 얼굴이 변하는 점을 고려하여 5년으로 지정됨.

 

(4) 비밀번호가 있는가?

이하의 4종류의 비밀번호가 있으며 이는 개인정보를 보다 철저하게 관리하기 위해 정보의 사용 목적에 따라 구분하여 놓은 것이다.

①서명용 전자증서용 패스워드(6자리에서 16자리의 영문숫자 혼용 패스워드)

②이용자증명용 전자증명서용 패스워드(4자리의 숫자 패스워드)

③주민기본대장용 패스워드(4자리의 숫자 패스워드)

④권면정보사항입력보조용 패스워드(4자리의 숫자 패스워드)

 

(5) 마이넘버가 연결되는 개인 재산은 어디까지 인가?

1단계에서는 증권계좌(현재 개인 2240만 계좌) 적금/연금형 보험이나 사망보험 (1억6천만 계좌) 그리고 은행의 투자신탁계좌(1000만 계좌), 그리고 100만엔 이상의 국내외 입금과 송금

2단계 2018년부터는 은행 예금통장(약8억 계좌)

3단계 부동산과 자동차까지 연계를 검토 중

이렇게 마이넘버 제도가 단계를 거쳐 모든 개인의 금융정보와 연결되게 되면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결과가 증여에 대한 과세가 명확해진다. 예전 같으면 100만엔 이상의 증여를 할 때 다른 은행의 계좌에 100만엔 이하의 금액으로 나눠서 입금하는 것으로도 잘 들어나지 않았다면 향후는 어떠한 방법으로 나눠 입금을 했더라도 증여세 과세 기준을 넘는 증여가 일어나는 시점에 정확하게 이를 파악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개인이 본업 이외에 시간외 부업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이 들어나게 되서 이를 회사가 쉽게 파악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6) 중소기업에 미치는 영향

일본내에 소득세 원천징수 대상 기업의 수가 250만개에 다다른다. 이에 비해 후생연금 납부 기업의 숫자는 180만개 밖에 되지 않는데 이는 70만개의 기업이 후생연금 제도 밖에 있음을 의미한다. 일본정부는 이번 마이넘버 제도의 도입을 통해서 미가입 기업체 문제에 메스를 들이대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 부분은 영세한 재일 한인 기업인들에게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그래프 2.

마이넘버

사실 마이넘버 제도가 이제서야 도입되게 되었지만 이 제도의 도입을 위한 시도는 이전부터 계속되어 왔다. 우리보다 근대화와 산업화가 먼저 진행되었고, 경제적으로도 우리를 앞서고있는 일본이 이런 기초적인 정보 인프라를 구축하지 못하고 있던 이유에는 국가가 개개인에게 번호를 부여해서 개인의 모든 정보를 일괄 관리하는 것이 개인이 사전에 허가 하지 않은 개인 정보가 사용 목적을 알 수 없는 곳에서 악용되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개인 프라이버시의 차원의 지적”과 ‘국가가 조세 관리와 행정의 효율 증대라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 개인의 삶 전체를 언제든 국가가 들여다 볼 수 있게 하는 권리를 개인이 국가에게 주어야하는가?라는 국가와 개인의 관계 차원에서의 고민이 나름의 깊이있는 반대의 근거로 자리잡고 있다. 이런 반대의 목소리가 얼마나 일본 국민들의 정서에 굳건히 자리잡고 있는가는 2015년 7월 21일 주식회사 크로스 마케팅에서 발표한 “마이넘버 제도에 대한 조사”에서 확인한 찬반의견이 팽팽한 것을 봐도 명확하게 알 수 있다. 일본에서는 이렇게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제도를 아무런 거부감없이 지난 수십년간 사용해오던 한국은 최근 개인정보 유출문제가 사회문제화되면서 제도의 개선을 서두르고 있다. 이런 주변국들의 경험을 연구하며 마이넘버 제도를 도입하는 일본이 이 제도를 어떻게 지혜롭게 운영하게 될지 관심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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