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의 신명소, 츠타야가전 (蔦屋家電) – ‘프리미어 에이지’ 위한 선물

츠타야가전
츠타야가전
2015년 5월3일, 도쿄 시부야에서 덴엔도시선(田園都市線)으로 다섯 정거장 거리에 있는 세타가야구의 후타고타마가와역에 인접한 라이즈(Rise)쇼핑 센터에 츠타야가전(蔦屋家電)이 오픈했다. 후타고타마가와역의 역사(駅舎)를 빠져나옴과 동시에 눈에 들어는 츠타야가전의 로고와 스타벅스에서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의 모습은 후타고타마가와라는 지역이 전달해주는 잉여로움의 이미지가 더해져서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돌려 세우기에 충분한 매력을 발산한다. 동경의 새로운 명소가 생긴 것이다.
츠타야가전의 입구

츠타야가전의 입구

공간에 대한 공감
츠타야가전은 그 이름에 가전이라는 단어가 들어가있기는 하지만, 그 안 어디를 가도 여느 양판점과 닮은 구석을 가지고 있지 는 않다. 오히려 커다란 카페 안에 유명 셀렉트숍들이 들어와 있는 형상이라고 할까? 입구를 들어가서 오른쪽에 위치한 스타박스를 지나 눈을 왼쪽으로 돌려보면 탁트인 넓은 공간에서 여유롭게 잡지와 책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들어온다. 그 공간을 지나면 정말 아는 사람이 골랐구나라는 감탄이 절로 나오는 명품 문구류들과 다양한 가격대의 그렇지만 사람들이 극찬하고 있는 컴퓨터 주변기기들이 전시되어 있고, 그 옆으론 노트북과 테블릿 그리고 오디오들이 자리 잡고있다. 그 사이 사이로 이들 제품과 테마상의 연계를 가진 책들이 벽면을 장식하고 있다. 벽면을 이루고 있는 그 책장을 넘어가면 모토베로라는 이름의 자전거 편집샵이 있고, 그 옆에는 개인 서재와 같이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는 넓지만 아늑한 공간이 나온다.
거대한 북카페란 공간 안에서 “라이프스타일을 파는 가전점포”라는 목표를 가지고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충실하게 제안하는 공간이 츠타야가전이고, 도대체 뭔가를 팔 생각으로 만들어진 공간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그러면서도 사고 싶은 것들이 자꾸만 눈앞에 나타나서 눈이 즐거워지는 곳이 바로 츠타야가전이라는 공간이 가진 매력이다.
츠타야가전1층 내부의 자전거 전문숍, 모토베로

츠타야가전1층 내부의 자전거 전문숍, 모토베로

츠타야가전1층 서점

츠타야가전1층 서점

츠타야가전1층 내의 CD매장

츠타야가전1층 내의 CD매장

1층의 중앙에는 츠타야가전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컨시어즈 코너가 있다. 이곳에는 사진, 네트워킹, 음악, 영상, 먹거리, 미용 등의 가전제품 컨시어즈와 여행, 아트, 건축, 인문 등의 도서 컨시어즈들이 상시 대기하고 있는데, 이들은 고객이 원하면 그들의 니즈를 정확하게 이해한 후에 종합적인 라이프스타일 제안을 해주는 프로집단이다.
츠타야가전1층 컨시어즈 코너

츠타야가전1층 컨시어즈 코너

츠타야가전 이름에 굳이 걸맞는 곳을 찾는다면 가전제품들이 전시되어있는 2층으로 올라가봐야한다. 하지만 이곳도 일본의 유명한 양판점인 요도바시 카메라난 빅카메라와 같은 느낌이 아니라 각 제품의 전문가들이 엄선한 몇가지의 제품만을 골라 전시한 셀렉션샵의 모습을 하고 있다.
츠타야가전이 이런 모습을 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는 “B”라는 잡지가 츠타야의 대표이사, 사장인 마스다 무네아키(65세)와 나눈 담화의 일부분에 그 힌트가 있다. “아마존에서 ‘냉장고’를 검색하면 몇 종류가 나올 것 같나요? 1300건 정도가 검색됩니다. 1300건 모두 스크롤 할 수 있을까요? 그 안에서 가장 적합한 것을 고를 수 있나요? 아마도 고르다가 지쳐버리고 말 거예요. … 중략 … 오프라인 매장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제품 하나하나에 담긴 고유한 라이프스타일 이미지를 100% 전달해야한다는 점입니다. 상품을 단순히 줄 맞춰 진열해놓고 판다면 아마존과 다른 점이 뭐겠습니까. 기존 가전 매장보다 저희가 새롭게 오픈한 매장의 매출이 높지 않으면 이번 기획은 실패했다고 볼 수 있을 겁니다. 그 결과가 조만간 나오겠죠.” 엄청난 자신감이다. 그리고 이 매장을 방문해보면 그의 말이 결코 수사가 아님을 느낄 수 있다. 이 곳에서는 선풍기, 에스프레소머신, 에어콘 하나하나가 각기 다른 라이프스타일과 연계된 이미지라고 할 수 있다.
츠타야가전2층 가전매장 - 냉난방기기 코너

츠타야가전2층 가전매장 – 냉난방기기 코너

츠타야가전2층 가전매장 - 커피머신 코너

츠타야가전2층 가전매장 – 커피머신 코너

새로운 형태의 가전제품 전시공간 벽면을 꾸민 서재를 지나면 이내 미국 대학의 어느 도서관에 들어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공간을 만난다.  개인적으로는 츠타야가전에서 가장 인상 깊은 공간이 바로 이 곳이었는데, 높은 천정과 긴 복도의 양쪽을 가득 매운 책장이 있고, 그 중간 중간에 책장 안쪽으로 설치된 조명과 소파 그리고 충분한 크기의 테이블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배려한 듯한 스툴이 있는 공간이었다. 여기서 들었던 생각은 이 곳은 뭔가를 팔려고 기획된 공간이 아니라는 느낌이었다. 매장이라면 당연하지만, 회전율을 고려해야한다. 그런데 이 곳은 오히려 더 오래 머물다 가라고 유혹하는 공간이었다.그래서 계속 있고 싶어지고, 또 오고 싶어지는 충동을 주는 곳이다.
츠타야가전2층 북스트리트

츠타야가전2층 북스트리트

츠타야가전2층 뱅앤올슨

츠타야가전2층 뱅앤올슨

츠타야가전은 1983년 히라카타시(枚方市)라는 오사카시와 교토시의 중간에 위치한 중소도시의 한 역에서 당시로서는 혁신적이었던 서적과 비디오 그리고 음반을 동시에 취급하는 1호점을 내며 시작한 츠타야가 30여년을 넘게 꾸준하게 지켜온 “라이프스타일 정보를 제공하는 거점을 만든다”라는 비지니스 모델의 연장선상에서 실행하는 새로운 실험이다.
그 전에도 츠타야는 지속적으로 이런 실험들을 이어왔었다. 예를들어 2003년에는 롯본기에 힐즈 옆에 세워진 츠타야 도쿄 롯본기점(http://store-tsutaya.tsite.jp/storelocator/detail/2000.html)이 카페와 도서관이 완벽하게 하나가된듯한 매장을 선보였고, 2011년에는 소위 일본의 전성기를 인생의 정점에서 경험하고 이제는 은퇴하여 시간과 경제적으로 여유를 가진 ‘프리미어 에이지’고객들과 이들이 영위하는 라이프스타일을 동경하는 젊은이들이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인 다이칸야마의 T사이트가 이런 실험이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들은 정보와 상품이 넘쳐나는 시대를 살고있다. 유일하게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어찌보면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해줌으로서 개별 상품을 일일이 고를 시간을 절약하게 해주고, 잠시나마 여유로움을 즐길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츠타야의 이런 실험적인 공간들이 가지는 가치가 아닐까 싶다. 마지막으로 츠타야의 실험이 서울에서도 진행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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