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후!의 책임

추락하는 야후 ‘날개’ 있나…2001년 3월 9일자 디지털 타임스의 기사 제목이다.이 기사는 14일 염진섭 사장 사임과 Fabiola Arredondo 야후!유럽 상무 퇴임,쿠글의 대표이사직 사임과 함께 야후의 최근 주가 폭락을 담고 있다.이날 야후의 기사는 일제히 모든 일간지들을 장식했다.

그렇다.확실히 야후는 흔들리고 있다.미국경기 침체와 온라인 광고시장의 정체,닷컴 기업의 수익모델 부재 등이 겹치면서 인터넷 기업이 단일 기업으로 성숙되는 것은 애당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여론과 함께 인터넷 기업의 상징인 야후가 디즈니에 인수될 것이라는 전망이 강력한 지지를 받으며 쏟아져 나오고 있다.

사실 디즈니와의 합병설은 이미 오래 전 이슈다.AOL Time Warner가 합병할 당시 수없이 거론된 이야기 아닌가? 달라진 것은 인수자와 피 인수자 후보들의 이름이 바뀌었다는 것 뿐.

인수설의 주인공인 디즈니의 아이스너 회장은 야후!에 대해 “매우 훌륭한 회사이나 지나치게 높게 평가 되어 있다,실제 수익에 기반 한 기업가치가 아니다”라고 시종 일관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다.

이 말은 사고는 싶은데 비싸다는 뜻이다.디즈니는 야후!를 살만한 여력이 있는 회사지만 구두쇠로 소문난 아이스너 회장은 1년 전 1340억불에서 현재 120억불로 하락한 야후를 좀 더 두고 볼 작정인 듯 하다.

디즈니의 야후! 인수설은 가능성이 매우 높다.엄청난 투자와 노력에도 불구하고 디즈니의 인터넷 성적표는 ABCnews.com,Espn.com을 포함,자사 소유의 모든 사이트를 합친 숫자가 2천 백만 명 선으로 힘겨운 줄타기를 하고 있고, 2~3개로 정리되는 포탈 비즈니스에서 GO.com은 이미 포기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야후!가 왜 이렇게 되었을까? 제리양이라는 젊은 영웅을 앞세워 한 때 천 삼백 사십억 달러에 달하는 거대 기업으로,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브랜드 중 하나로 떠올랐던 야후가 이제 그들의 영웅담을 격찬하던 언론에 의해 아날로그와 디지털 격변기의 돌연변이쯤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은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야후가 이렇게 저평가 되는 이유에는 외적 환경요인 뿐만 아니라 그들 스스로의 책임도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미래를 제대로 내다보지 못한 투자전략과 인수한 기업의 재능 있는 경영진을 자기 사람으로 만들지 못한 편협된 기업문화,그리고 글로벌 네트워크에서 현지 네트워크의 독자적 비즈니스 기회를 허용하지 않는 고집 등이 오늘 시련의 시기를 가지고 온 것이다.

야후가 가장 큰 기회를 놓친 것은 아마도 오늘날 수익을 내는 몇 안 되는 닷컴 기업의 하나인 이베이 인수의 실패일 것이다.야후!와 이베이 합병설은 AOL이 타임워너를 인수한 후 처음 제기됐으며 심한 의견차이로 결렬됐다.

이베이 인수가 이루어지지 못한 후 야후는 독자적으로 경매를 가져갔고 최근 경매 유료화를 밀어붙였으나 반응은 신통치 않은 상태다(야후 경매는 올해 초 상품 수 260만 여건에 달했으나 1월 10일부터 경매 서비스를 유료(건당 0.20∼2.25달러)로 전환한 후 상품등록 수가 격감해 최근 46만 건까지 떨어졌다).

또한 야후는 많은 인터넷 기업들을 인수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들을 잡아두는 데는 실패했다.인수된 기업의 다양한 능력을 가진 경영자들은 야후의 탑 매니지먼트 사이에 끼어 들 수 없었다.

지금 야후에는 야후가 인수한 기업의 CEO가 거의 남아 있지 않다.시스코와는 반대로 야후는 경험이 풍부하고 회사를 위해 직언을 서슴지 않는 인재들을 좋아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한 예로 Thomas Evans를 들 수 있다.1999년 47억 달러에 야후가 인수한 지오시티의 CEO인 Thomas Evans는 U.s. News & World Report, Atlantic Monthly 매거진의 대표직을 역임하기도 했던 미디어 비즈니스에 있어 풍부한 경험을 갖춘 실력자로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지오시티의 인수가 완료되는 시점에서 그는 야후를 떠났다.광고주들과 가깝게 지내라는 직언에 대해 ‘힘 없는 중간 관리직’이라는 직책을 선물 받았기 때문이다(그 때만 해도 야후는 광고주들에게 광고를 걸어 달라고 부탁을 받는 입장이었다).

야후의 진취적이고 도전적인 문화는 초기 브랜드 성장에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그러나 작은 기업 야후에서는 잘 통했던 소수의 탑 매니저들의 Top-down 의사결정 시스템은 거대한 글로벌 기업의 야후에게 그들의 결정을 항상 한 발 더디도록 만드는 문제점을 발생시켰다.

야후의 본사와 미국 외 지역 매니지먼트 간의 단단한 관계를 가져가는 이런 야후 스타일은 순식간에 야후를 성장시킨 원동력이기도 하지만 또한 많은 사람들을 사퇴하게 한 이유이기도 하다.

야후 유럽의 관리 총괄인 Fabiola Arredondo는 JP Morgan과 BMG,Bertelsmann을 거친 베테랑이다.그러나 그녀도 최근 야후를 떠났다.후문에 의하면 야후!유럽의 IPO문제로 야후 본사와 극도로 신경전을 벌였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유럽까지 가지 않더라도 야후!코리아만 해도 그렇다.야후 코리아가 그들 단독으로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어 내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물론,야후!의 불안한 상황이 없었다면 이렇게 문제점을 들추어 내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그러나 필자는 야후!에게는 큰 책임이 있다고 항상 생각해 왔다.

인터넷 기업이 기업으로서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할 책임…그렇기에 새로운 야후! CEO에게 거는 우리의 기대는 클 수 밖에 없다. 200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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