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유람기 3탄 – 브로드밴드 재팬

일본에서는 요즘 참 재미있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야후재팬이 최소 1.5Mbps에서 최대 8Mbps에 달하는 ADSL방식의 광대역ISP서비스를 한 달 2280엔(소비세 5%는 별도)의 파격적인 사용료로 제공하기로 한 것이다.

6월 20일부터는 이미 예약접수를 받았고 7월부터 실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최소한 9월 중에는 정식 서비스를 시작할 것이라 한다.

“너무 싸지 않아? 그 정도라면 손해 볼게 없을 것 같아서 신청했지! 사실, 야후가 이것으로 돈을 남기기는 힘들겠지만 결국은 컨텐츠(유료컨텐츠)로 돈을 벌겠다는 생각인 것 같아. 한국에서는 어땠지? 어서 9월이 되서 예약한 서비스를 써 봤으면 좋겠어” 일본 모 인터넷 회사에서 일하는 일본인 친구의 말이다.

야후재팬BB서비스(야후의 ADSL접속서비스명)에 대해 거는 기대감과 인터넷 시장이 광대역 환경의 급속한 확대보급에서 어떻게 변할 지에 대한 두려움이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야후재팬BB의 마케팅

야후재팬BB에 대한 노력은 가격 정책 뿐만 아니라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에서도 상당히 공격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번 달(2001년 8월) 일본에서 발행되어 있는 거의 모든 인터넷&컴퓨터 활용지(표지에는 9월호라고 찍혀 있는 잡지들)에 야후재팬BB의 16페이지 분량의 어드버토리얼 광고가 실렸는데 이 정도의 마케팅 노력이 뒷받침 된다면 일본에서도 한국에서 하나로 통신이 일으켰던 2000년 초의 ADSL열풍이 곧 일어날 것이라고 기대해 보는 것도 큰 무리는 아닐 것 같다.

이번 야후재팬의 광고와 사이트에서 야후가 강조하는 자사서비스의 매력포인트는 대략 4가지다. 첫번째는 대단히 저렴한 일본 최저의 가격이고 두번째는 확실한 백본망(일본 국내는 1기가 국외는 10기가 지원)이 뒷받침하는 최대 8메가의 속도 세번째는 NTT와의 협력을 통해서 ADSL과 전화를 동시에 사용하는 것을 가능하게 했다는 점, 마지막으로는 일본 내 최대 최고의 포탈브랜드 야후재팬이 제공하는 충실한 컨텐츠 서비스를 매력 포인트로 꼽고 있다.

가격모델의 비교를 통해 본 야후재팬의 전략

야후재팬BB의 가격을 보기 전에 일본의 기존 ADSL 사업자들을 살펴보자. 2000년 12월까지 시험 서비스를 거쳐 2001년 6월말 현재 291,333건의 가입을 기록하면서 올해 1월부터 반년동안 18배의 성장을 보여주며 성장하고 있는 일본의 ADSL시장은 MS 50%를 차지하고 있는 NTT가 주도적으로 이끌어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일본의 ADSL서비스인 NTT의 서비스는 (FLET’s라는 브랜드로 제공되고 있으며 기타 정보는 www.ntt-east.co.jp/flets/www.ntt-west.co.jp/ipnet/ip/adsl에서 볼 수 있다) 대개 @nifty, Biglobe, OCN, So-net등의 기존 협대역ISP들의 유저들을 대상으로 팔려 나가고 있다.

물론 협대역ISP들은 NTT의 Flet’s외에도 eaccess나 acca등의 타 ADSL사업자들의 서비스도 동시에 제공해서 유저들이 선택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두번째로는 비 NTT계 통신 사업자인 일본텔레콤, KDDI과 EACCESS, ACCA가 제공하는 ADSL서비스가 있으며 마지막으로 특정 지역에서만 신청이 가능한 지역별 사업자들인데 “고아라”, “Speedway”외 다수가 있다.

협대역 ISP 중 하나인 OCN이 NTT Flet’s를 판매하는 가격표는 아래와 같다.

A.스플리터/ADSL모뎀 등을 별도로 구매한 상태일 경우의 요금. 스플리터/ ADSL모뎀등을 렌탈해서 사용하는 경우는 별도로 월550엔(Type2의 경우는 500엔)이 추가.

B.고객께서 ADSL모뎀을 설치를 하고 NTT의 파견공사를 수반하지 않는 경우의 요금. (단, 계약료 800원은 포함됨)

1.Type1은 이미 가입된 전화와 공용으로 사용하시려는 경우. 이 외의 전화기본요금이 필요.

2.Type2는 기존의 가입전화와 공용으로 사용하지 않고 신규로 ADSL회선을 신청하시려는 경우.시설 설치 부담금은 불필요 (전화와 Fax를 동시에 이용하는 것은 불가능).

3.초기 공사비는 Flet’s ADSL의 계통의 가장 일반적인 공사비라고 할 수 있으나 공사내용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음.

NTT의 Flet’s 외에도 일본텔레콤이나 KDDI등의 통신 사업자들이 제공하는 ADSL서비스가 있기는 하나 월 비용이 최소 12,300엔에 이르고 있어서 거의 고려의 대상이 안되고 있다.(몰론 조만간 급격하게 가격이 낮아 질 것으로 보이지만).

물론 가격 외에도 서비스 가능 지역 등 다양한 구매결정 요건들이 있겠으나 ADSL서비스를 초기에 이용하려는 소비자들에게 가격은 단연 가장 중요한 판단 요소가 될 것은 우리의 경험에 비추어 보아도 문제가 없는 생각이라고 보인다.

야후재팬BB의 ADSL서비스 가격구조를 살펴보자.

이 가격표를 보면 야후재팬BB 서비스는 전화와 ADSL을 동시에 사용하도록 유도하면서 실질적으로 NTT 전화서비스를 프로모션하고 있으며 NTT와의 수익배분에서도 사실상 야후재팬은 챙길 몫이 거의 없을 것으로 짐작된다.

게다가 이번 야후재팬BB의 가장 큰 매력 중의 하나인 월500엔의 ADSL모뎀 저가 렌탈서비스를 위한 초기 투자 역시 거의 대부분 야후재팬과 소프트뱅크가 공동으로 설립한 BB Technology(2000년 5월 설립, 자본금 300억원, 대표 손정의)라는 회사가 담당하고 있다.

야후재팬이 직접하지 않고 굳이 독립 법인인 BB Technology를 세워서 본 서비스를 하는 이유는 광대역 시장의 속성상 엄청난 투자가 따라야만 하고 광대역 인터넷 시장의 성숙도와 전망에 대한 많은 투자자들의 의견 불일치가 주식시장에서의 야후재팬주식에 대한 불확신으로 이어져 결과적으로 야후재팬의 주가에 악영향이 미칠 수 있는 가능성을 사전에 막기 위한 조치임은 당연하다. 아무튼, 그렇다면 왜 야후재팬와 소프트뱅크재팬은 일견 수지가 안 맞아 보이는 광대역 ISP사업을 진행하는 것일까?

한국에서 배우기

이토록 야후재팬이 NTT에게 큰 양보를 하면서 공격적인 전략을 구사하기로 결정한 데는 아마도 소프트뱅크코리아와 두루넷의 경영에 참여하면서 얻은 손정의 대표를 비롯한 소프트뱅크 경영진의 경험과 확신이 큰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야후재팬과 소프트뱅크가 얻은 결론은 대략 다음 3가지 정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1.절대 하나로나 두루넷처럼 직접 땅을 파고 선을 깔고서는 저가로 공격적인 가입자 확보를 할 경우 회원이 늘면 늘수록 손해이므로 직접 ISP가 되서 땅을 파고 Last mile을 구축하는 일은 하지 않겠다.

2.ADSL시장은 일본 정부가 공약한 FTTH를 중심으로한 광대역 서비스 망이 대대적으로 깔리기 시작하기 전에 한시적으로 존재하는 과도기적인 솔루션이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만약 한국처럼 ADSL이 너무 많이 Penetration이 되면 장기적으로는 다음 단계 광대역 서비스로 넘어가는데 발목을 잡힐 가능성이 높으므로 광대역 서비스 방식 자체에 대해 신경을 쓰기 보다는 한국통신 메가패스와 같이 Yahoo! Japan BB라는 광대역접속서비스 브랜드의 파워를 강화하고 유저들의 로얄티를 구축한다.

3.이미 시장의 50% 이상을 가지고 있는 NTT같은 통신사업자와의 전면 싸움을 하기보다 결국, 컨텐츠로 승부한다는 비젼으로 단기적인 월사용료 수익은 NTT에게 대폭 양보하면서, 일본에서는 ISP가 직접 모뎀을 팔 수 없다는 규정에 근거, 야후가 직접(BB Technology를 통해서) 모뎀을 유저들에게 거의 무료로 공급 롤을 하면서 NTT와의 협력을 이끌어 내는 묘안을 가지고 시장에 진입하는 방식을 선택한다.

종합해 본다면 야후재팬은 한국의 기업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투자비용을 지출하면서도 적은 가입자 만으로도 수익이 나기 시작하는 모델을 고민하게 된 것이고 결국은 야후의 브랜드와 퀄리티 있는 컨텐츠를 통해서 유료화 서비스를 통해 가입자 100~200만명 선에서 수익을 실현하는 계획을 가지게 된 것이다.

야후재팬BB는 컨텐츠로 승부한다.

현재, 월 2000만명의 Unique User에 일 1억 9000만 페이지뷰를 가진 야후재팬은 2002년에는 최소 100만명의 야후재팬BB 가입자를 모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이 정도의 가입자 수에서 수익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빠른 가입자의 증가에서도 NTT의 입장과 달리 월 사용료를 통해서 돈을 벌 수 없는 야후재팬BB는 서비스 사용료의 의미를 유저와의 Billing Relation을 만드는 고리로 해석하면서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유료컨텐츠를 일본 유저들이 “i-mode”서비스에서 익숙해진 컨텐츠별 월100엔 플랜과 같은 가격패키지로 승부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야후재팬이 제휴한 85개의 컨텐츠사업자들 중에는 다수의 유명 영화회사, TV방송사, 출판사, 연예프로덕션등이 포함되어 있는데 야후재팬BB는 이들과 공동으로 브로드밴드 전용 컨텐츠를 지속적으로 개발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야후재팬이 서비스 초기부터 제공하겠다고 말하고 있는 컨텐츠들은 현재 백 한번째 프로포즈의 주제곡을 부른 챠기엔아스카 및 오오구로마키 등의 유명 가수들의 스페셜 컨텐츠를 중심으로한 야후만의 독점 음악서비스, 일반 및 성인용 디지털 이미지서비스, 만화서비스, 네트워크 게임 서비스, Tokyo TV의 News-I의 뉴스 On Demand서비스 등이다.

하지만 앞서 말한 85개의 파트너들로부터 지금보다 더욱 경쟁력있고 유저들의 지갑이 기꺼이 열리도록 할 만한 컨텐츠와 광대역 특성에 맞는 다양한 부가 서비스들이 쏟아져 나오리라 기대한다.

(davidndanny.com 독자분들 중에 야후재팬BB를 좀 더 알기 원하는 분들은 bb.yahoo.co.jp를 방문해 보셔도 좋다.혹시 일본어를 모르시는 분들은 Lycos나 Hanmir 등의 포탈이 제공하고 있는 일본어 웹사이트 한일번역서비스를 이용해 보는 것도 좋으니 참고하시길 바란다.)

일본의 광대역시장을 보면서

이번 소식을 접하면서 우리나라의 광대역 시장을 돌아보게 되었다. “정말 고생 많이 했는데”, “세계 제일의 광대역 점유율을 만들기 위해서 투자도 참 많이 했는데”, “하지만 우리는 아직 광대역으로 돈을 벌지는 못했는데”…

뭐 이런 생각이 들면서 자연스럽게 “혹시 일본에서는 우리보다 쉽게 광대역시장을 통해 수익을 실현하는 업체가 많이 나오고 종국적으로 모바일처럼 세계 광대역시장을 이끄는 상황이 되지 않을까?”라는 그런 시셈 섞인 걱정이 드는 것은 필자뿐일까?

요즘 우리는 한국의 광대역 관련 기술 업체나 서비스 업체들이 솔루션을 일본에 판매한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게 된다. 그리고 이번 야후재팬BB의 경우도 한국에서 사용된 표준을 따른 다고 하니 대단히 흐믓한 이야기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광대역과 관련한 해외 진출이 과연 얼마나 계속될 수 있을 것인지 자문해 봐야 한다. 이런 일이 지속적인 것이 되게 하려면 NTT가 했던 것처럼 자국에서의 사업성공을 통해 충분한 자금을 모으고 나서 해외 사업자들과 자본적으로 제휴해 가면서 더 큰 사업기회로 키우는 노력이 우리에게도 절실하다.

지난 2년간 우리는 일본의 앞선 모바일 인터넷시장 상황을 보면서 그것이 일본만의 특수한 상황이라기 보다는 우리 시장,아니 세계 모바일 인터넷 시장이 발전해 갈 방향이라고 보고 이를 국내 시장에 접목하려는 시도를 지속적으로 해왔고 어느 정도의 위치(최소 세계 제2의 모바일 시장이라는 소리는 들으니까)를 구축했다.

하지만 i-mode가 유럽과 미국 등지에 자본 투자를 하면서 자사의 경험과 기술표준을 그 지역의 표준으로 이식해 가면서 자연스럽게 자신들의 기술과 컨텐츠를 팔아서 엄청난 부가수익을 내고 있다.

그리고 허드슨 같은 일본의 모바일 게임 업체들도 지속적인 제휴와 합병 등을 통해 스케일과 경쟁력을 키우고 세계 각국에 자신들이 기존에 개발한 게임 컨텐츠를 프리미엄한 가격으로 재판매하여 상당한 수익을 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성공사례와 비교해 볼 때 모바일 2위 시장으로 한국이 만든 성공사례는 아직 너무 미미한 것이 사실이다.

한국발 세계 표준

위에서 말한대로 모바일 쪽에서 우리 한국은 그리 큰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광대역인터넷에서는 한국이 세계 최고라고 자타가 공인하고 있다.

자, 이제 우리가 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우리가 가진 가장 중요한 전략적 자산은 24시간 Always On하고 있는 700만의 광대역 사용자 기반이다.

세계에 판매할 수 있는 것은 기술일 수도 있고 컨텐츠 일 수도 있으나 우리가 일본에게 그랬던 것처럼 이 모든 것들은 충분히 대체 가능하다. 현실적으로 다른 나라가 우리를 절대 카피 할 수 없는 것은 “24시간 Always On”하고 있는 700만의 광대역 인터넷 사용자군이다.

이 점을 생각하면서 국내 광대역 인터넷시장에서 수익성을 증명하고 나아가 자본의 힘을 집중시킨 후에 세계로 기술과 컨텐츠를 들고 나가야 한다.

올해 말이면 거의 광대역 인터넷서비스 가입자 수가 1000만에 육박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오는 것을 보면 분명히 이런 방식으로의 한 차원 높은 비즈니스를 만들어낼 충분한 가능성이 우리들에게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지난 2년간 우리는 “Broadband”라는 말을 너무 많이 ?¤어서 솔직히 어느 정도 식상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정말 우리 인터넷 종사자들이 “Broadband”에 대해서 충분한 논의를 해 왔는지,그리고 탄탄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기 위해 충분한 노력을 했는지 더 늦기 전에 돌아봐야 한다.

지금 일본에는 한게임이 진출해 있다. 일본잡지 GetNavi 9월호(일본은 2달 먼저 잡지를 발행한다.)에는 일본의 대표적인 광대역 컨텐츠 사이트 56개를 꼽으면서 한게임을 그 중 하나로 선정했다.

앞으로 더 많은 광대역 인터넷환경에 맞는 서비스들이 한국의 넓은 시장에서 갈고 닦은 노하우와 자본 그리고 기술을 가지고 세계로 나가야 한다. 세이클럽과 리니지와 같은 오직 한국에만 있는 모델들도 하루 빨리 세계로 나가야 한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정말 세련된 접근이 필요하다. 인터넷 업체들은 수십년간 세계를 돌며 시장을 개척하던 오프라인 수출 역군들이 가지고 있는 노하우와 오프라인의 브랜딩 전문가들을 가까이 하고 식구로 맞아들여서 이들과 같이 세계시장으로 나가는 노력을 다하여야 한다.

그래서, 세계의 광대역 인터넷시장의 표준을 이끌어 가는 진정한 “한국발 세계표준”을 만드는 것이 나를 포함해서 바로 이 글을 읽고 있는 모든 한국 인터넷 산업 종사자의 의무가 아닐까 필자는 생각한다. 2001/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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