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에이전시 시장에 대한 보고서

지난 주 필자에게 스카우트 제의가 있었다.간혹 스카우트 제의가 있어왔지만 이번 제의는 필자의 마음을 약간 흐트려 놓았던 것이 사실이다.왜냐하면 필자가 평소에 유심히 지켜보던 세계 최고의 웹에이전시 회사의 한국 진출이었기 때문이다.

이틀간의 고민 끝에 정중히 거절을 한 후,꼭 한번 다루리라 마음 먹었던 웹에이전시 시장에 대한 보고서를 컬럼 독자 분들과 나누고자 한다.

웹에이전시가 주목 받는 까닭은?

요사이 웹에이전시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이렇게 웹에이전시 시장이 주목 받게 된 이유는 몇 가지가 있는데 그 중 가장 대표적인 이유를 꼽으라면 아이러니하게도 인터넷 기업들의 몰락일 것이다.

즉,금광을 캐지 못한 자들이 서서히 죽어가면서 청바지 장사들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그러니까 초기 예상했던 수익모델이 발생하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규모는 적으나 확실한 수익을 만들어 내는 곳이 바로 웹에이전시라는 상대적 가치평가가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좀 더 직접적인 요인을 살펴보자.

에이전시 시장이 주목 받게 된 이유는 무엇보다도 웹에이전시 시장규모가 날로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IDC는 2004년 e-서비스 시장규모가 ERP의 그것보다 훨씬 큰 1,245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전망에 힘입은 탓인지 작년 12월 8일 상장한 Agency.com이 하루 만에 3배로 주가가 폭등한 사건이 있었고,최근에는 Sapient의 기업가치가 높은 수익 기대(2000년 5억 610만 달러)에 힘입어 수조 원으로 평가되고 있다.

미국에서 웹에이전시 기업은 상장회사만 30여 개에 달하고 있으며,이들은 확보된 자금력을 동원하여 전세계 글로벌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대기업의 모습을 서서히 갖추어 나가고 있다.

국내의 경우,작년 말 클릭이 차이나닷컴으로부터 1백만 달러 외자유치를 받았던 사건과 최근 홍익인터넷이 체이스캐피털 아시아테크놀로지스로부터 천이백만달러의 외자유치 성공,그리고 무엇보다도 얼마 전 e-삼성의 오픈타이드 코리아 설립이 이 시장을 언론의 중심에 올려 놓았다.

여기다가 최근 Razorfish,Red Sky,marchfirst 등의 외국기업 들과 앤더슨,프라이스 워터하우스 쿠퍼스 같은 화려한 자들이 국내에 진출했거나 입성한다는 소식으로 인해 에이전시 시장에 대한 뜨거운 시선은 지속될 전망이다.

자,과연 에이전시 시장-특히 국내의 경우-은 어떻게 형성될 것인가?,그리고 누가 최후의 승자로 남을 것인가?

웹에이전시 업의 개념

미국에서는 웹에이전시라는 표현보다 ‘디지털 컨설턴트’라는 표현을 사용한다.디지털 컨설턴트 범주에 들어가는 기업을 살펴보면 디자인은 물론이고,시스템 통합,비즈니스 컨설팅,심지어 ERP 업무를 주로 하는 기업도 포함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만큼 아직 영역구분을 명쾌하게 풀어 놓기 어렵다는 얘기다.아무튼 대표적인 웹에이전시-앞으로는 ‘디지털 컨설턴트’라는 표현을 사용하도록 하겠다-라고 불리는 곳을 보면,Agency.com,Sapient.com,marchfirst.com,Razorfish.com,
iXl.com,scient.com,Viant.com등을 꼽을 수 있는데 이들 역시 디자인으로부터 시작한 곳과 시스템 통합업무로부터 출발한 회사들이다.

디지털 컨설턴트의 역할에 대해서는 아직 명쾌하게 정립되지 못했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왜냐하면 디지털 컨설턴트의 업무영역을 비즈니스 컨설팅을 포함하여 정의할 때,아직 제대로 된 디지털 컨설턴트를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흔히들 Agency.com,Sapient.com 등의 업체가 비즈니스 컨설팅을 겸한다고 생각하고 있으나 이들이 하는 비즈니스 컨설팅 영역은 아직 크리에이티브 관점을 크게 벗어나고 있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디자인 외주업무를 수행하는 곳을 디지털 컨설턴트다’라고 하기엔 어쩐지 컨설턴트라는 표현이 무겁게 느껴진다. 국내의 경우,디자인 외주업무만을 하고 있는 업체들도 스스로 에이전시라고 하는 것을 보면 그 개념이 미처 성숙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

디지털 컨설턴트의 역할을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해 보면,비즈니스 컨설팅과 프로젝트 수행 업무로 나눌 수 있다.물론 분류하는 방법이나 관점에 따라 세가지로도 나눌 수 있겠으나 필자는 크게 두 가지 영역으로 분류하고자 한다.

좀 더 세분해서 생각해 보면,비즈니스 컨설팅 영역은 e-비즈니스 모델 수립,수익모델 분석,IPO진입을 위한 파이낸싱 전략,마케팅 전략,브랜드 매니지먼트,경쟁자 분석,고객관리 등의 전략수립과 시스템 통합,CRM,사이트 구축 방향에 대한 전략수립 업무를 포함한다.

프로젝트 수행업무는 다시 크리에이티브 디자인,설계,컨텐트 매니지먼트,어플리케이션 개발,커머스 솔루션 개발,시스템 통합,CRM업무 등을 포함한다.

비즈니스 컨설팅과 프로젝트 수행업무의 비율은 곧 디지털 컨설턴트의 성격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는데 이상적인 배합은 비즈니스 컨설팅:프로젝트 수행업무=35:65정도의 비율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디지털 컨설턴트를 필요로 하는 고객의 입장에서 볼 때는 프로젝트 수행업무 능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사실 더 큰 것이 당연할 뿐만 아니라 디지털 컨설턴트를 고용하는 우선되는 목적이기 때문이다.

디지털 컨설턴트의 핵심역량

디지털 컨설턴트의 핵심역량은 고객과의 관계를 훌륭히 이끌어가는 능력이라고 정의할 수 있는데,이를 위해선 다음과 같은 역량이 필요하다.

1.컨설턴트로서의 능력

컨설턴트로서의 능력은 디지털 컨설턴트인가?,아니면 솔루션 프로바이더인가?를 구분 짓는 핵심요인으로 고객에게 성공적인 e-비즈니스 전략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이것이 쉽지 않다.그러나 세계적인 디지털 컨설턴트 기업을 보면 고객을 리드하는 컨설팅 능력을 갖추어 가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한 예로 Razorfish.com은 모바일 컨퍼런스를 주최하여 현재 고객 뿐만 아니라 잠재고객에게까지도 모바일 전문기업으로의 리더 자리를 만들어 가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경우 가장 큰 어려움이 바로 이 컨설턴트로서의 능력 부족일 것이다.기존의 디자인 회사로 출발한 업체들의 경우,고객을 리드할 만한 능력을 갖추지 못한 채 덩치만 키우고 있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2.최고의 기술력

기술력은 디지털 컨설턴트의 가장 중요한 핵심역량으로 설계,크리에이티브 전략,그래픽 디자인,어플리케이션 개발능력,시스템 통합 기술,나아가 CRM 영역까지를 두루 갖추어야 한다.

실제로 선진 컨설턴트 회사들의 조직 구성을 보아도 기술인력이 가장 많은 포지션을 차지한다.그만큼 기술력은 중요하다.기술력이 없는 디지털 컨설턴트는 의미가 없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3.고객 지향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가?

디지털 컨설턴트와 기존의 솔루션 프로바이더의 가장 큰 차이점이 바로 고객지향적인가?라는 부분일 것이다.솔루션 프로바이더는 의뢰한 기업 책임자의 요구에 맞춰 일하면 그만이었지만,디지털 컨설턴트는 다수의 고객을 만족시켜야 하는 사명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필자와 친분이 있는 사이트 구축 전문가들이 가장 많이 질문 하는 내용을 보면,“어떻게 커뮤니티를 활성화 시킬 수 있는가?,회원확보를 위해 어떤 기획을 해야 하는가?”등의 직접 고객 접촉 시 닥치는 문제들이다.

디지털 컨설턴트는 백-앤드 솔루션 뿐만 아니라 프론트-앤드 솔루션도 제공할 수 있어야 하며,그것이 단순히 디자인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4.인력 관리 능력

디지털 컨설턴트 조직은 다른 어떤 조직보다 사람이 중요하다.조직원 개개인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다양한 방법론이 요구된다.인력 관리를 위한 방법으로는 기본적인 인사 시스템 외에도 기업이 투자한 클라이언트의 주식을 그 기업 담당자에게 할당함으로써 업무효율을 증대 시키는 방법,다양한 클라이언트를 경험할 수 있도록 적절한 업무순환 시스템을 만드는 일,새로운 시스템이나 트랜드를 익힐 수 있는 양질의 교육 프로그램 등이 요구된다.

5.클라이언트 선택 능력

대부분의 사람들이 디지털 컨설턴트의 웹사이트를 방문하여 가장 우선적으로 보는 메뉴가 아마도 클라이언트 부분일 것이다.실제로 대다수의 컨설턴트 기업들이 내세우는 자사 홍보 페이지를 보면,”우리는 포춘 100대 기업들을 클라이언트로 맺고 있다”라는 문구가 보인다.

좀 생소하게 들릴지 모르나 클라이언트를 선정하는 능력은 매우 중요하다.어떤 클라이언트와 관계를 맺느냐에 따라 기업의 존폐는 물론이고,조직원들의 사기와도 직결되기 때문이다.결국,거대 기업과의 계약은 회사의 능력을 인정 받는 일과 같기 때문이다.

최근 순수 닷컴 기업들의 파산으로 컨설턴트들의 클라이언트 선택 능력이 더욱 중요한 이슈로 다뤄지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순수 닷컴 기업 고객은 20% 정도만 가져가는 것이 좋다”고 이야기 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국내 디지털 컨설턴트 시장,어떻게 진화할 것인가?

기본적으로 이러한 에이전시 시장은 경기흐름과 직결된다.이 말은 닷컴 기업들이 사라지고 인터넷 시장이 붕괴되는 상황에서 에이전시 시장을 낙관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말이다.

9월 6일자 월스트리트 저널의 19면에 흥미로운 기사가 올라와 있는데 내용을 요약하면-‘8월 마지막 주 IPO에 등록한 기업은 찾아볼 수 없었다.몇몇의 디지털 컨설턴트 회사들이 IPO를 희망했었다.그러나 지난 몇 달 동안 시장 상황은 급속도로 냉각되어 갔다.

이로 인해 Idea Integration,National Media Technologies,NOVO Group,Zefer Corp.,등의 컨설턴트 회사들이 IPO를 연기했다.

이런 현상은 클라이언트가 줄어들고 그에 따라 수익이 예상보다 크게 밑도는 것으로 파악되기 때문이다.닷컴 기업은 밸류에이션의 급격한 하락을 맛보고 있으며,Brick-n-Mortar 기업들도 컨설턴트들의 계약을 미루거나 해지하는 상황이 일어나고 있다.

또 한가지 이유는 이미 너무 많은 웹 컨설턴트들이 등장했다는 것이다.올 초 Lante Corp,Inforte,Etinuum Inc 등 많은 기업들이 이미 IPO를 끝낸 상태다.’

물론,시장규모 15조원,30여 개의 나스닥 상장 컨설턴트 기업이 있는 미국과 한국을 비교 한다는 것이 무리는 있으나 올해 국내 시장 규모를 2천억원 정도로 산정하고 코스닥 등록을 앞당긴다는 부푼 기대는 위험하다는 것이다.

아마도 가장 큰 관심은 대기업과 외국계 기업,그리고 벤처기업과의 한판 승부일 것이다.만약,벤처기업들이 정면대결 구도로 맞선다면 승산은 없다.비록 미국에 지사를 만들고,외자를 유치하고 합병을 한다고 해도 말이다.

왜냐하면 이 싸움은 ‘실력싸움이 아니라 인맥싸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독자분들 중에는 필자의 생각에 강한 거부감을 보일 수도 있겠다.그러나 이것을 증명하는 선례가 분명히 존재하지 않은가?

이제 벤처기업들은 어떻게 살아 남을까?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지금 당장 일이 몰린다고 해서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말라.그리고 Agency.com이나 Sapient.com의 뒤를 그대로 쫓으려 하지도 말라.

소규모 벤처 컨설턴트 기업들의 생존전략에 대한 필자의 고민은 아래와 같다.

첫째,전문화 하라. 제대로 모양을 갖춘 디지털 컨설턴트가 되고자 노력하기 보다는 한 영역에서 전문성을 인정 받는 스페셜리스트가 살아 남을 확률이 높다.

특히,무선 인터넷 전문 컨설턴트는 그 가능성에 비해 매우 부족한 것이 현재 상황이다.무선 인터넷에 대해서는 본 컬럼에서도 여러 번 다루었지만 대단히 큰 시장일 뿐만 아니라 국내에는 아직 이렇다 할 전문가도 없는 상당히 매력적인 시장이다.

두 번째로,시너지를 낼 수 있는 네트워크를 선점하라.벤처 기업이 스스로 모든 시스템과 인력을 가져간다는 것은 분명 한계가 있다.자사의 핵심역량과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기업과의 견고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전문 경영인을 영입하라.컨설팅 출신,혹은 대기업 출신으로 인력관리와 IPO 경험이 있는 전문 경영인의 영입이 시급하다고 보는데,벤처기업의 창업주들 대부분이 학생 때 시작한 사람들이 많고,이들 대부분이 총괄적인 경영 노하우가 미약한 것이 사실이다.

최근 Sapient.com의 CEO 이동이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을 보아도 컨설턴트 기업의 CEO는 그 의미가 매우 크다.

넷째,지식기반 시스템을 만들어라.지식을 화폐로 만드는 일이 컨설턴트 업이다.그런데,안타깝게도 소규모 벤처업체들의 가장 큰 약점이 지식을 돈으로 만드는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지식기반 시스템은 조직원들의 역량강화를 위해서도 필요하지만,고객확보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한다.그러기에 진보적인 디지털 컨설턴트 기업들은 저마다 하나씩 자사노하우를 표현하는 모델을 갖고 있다.

예를 들어 Agency.com은 IRM(interactive relationship management)을,US Interactive는 IVL(Innovation, Validation, Launch)을,C-Bridge는 PLCM(Profit Life Cycle Management)을 내세우고 있다.

지금까지 디지털 컨설턴트 시장과 이들의 핵심역량,소규모 컨설턴트가 살아 남기 위한 전략에 대해 길게 이야기 하였다.’골드 러쉬 시대의 청바지 장사’라는 식상한 표현이 맘에 들진 않지만,컨설턴트 시장은 분명 성장성이 높은 영역이다.

그러나,성장성이 높다고 모두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그리고,지금의 경쟁구도가 앞으로 어떻게 변화해 갈지도 예측하기 힘들다.개인적으로 필자는 벤처기업들이 컨설턴트로 성공하는 모습이 보고 싶다.물론 쉽지 않겠지만….

긴 글을 끝까지 읽어주신 독자분들께 감사드린다.2000/0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