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모바일 다시 보기

지난번 서울 출장때 Revu의 한상기박사님께서 기회를 만들어주셔서 진행했었던 세미나의 내용을 근간으로 정리한 내용입니다.

일본의 2008년 인터넷 업계를 장식할 키워드 중에 하나를 꼽으라면 저는 모바일을 꼽겠습니다. 현재 일본의 인구가 1억2700만명이고, 브로드밴드 가입세대가 전체 4800만 세대 중에서 2007년 6월 현재 2644만 세대인 약 55%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인터넷 사용자는 약 8200만명에 이르고, 모바일 인터넷 사용자는 자그만치 6200 만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더욱이 모바일로만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도 1400만명이나 된다고 합니다.

유저 규모가 엄청나기도 하거니와 휴대폰을 통한 인터넷 사용이 점점 일반화되면서 서비스 업체들의 참가와 서비스 다양화에 가속이 붙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의 2000년부터 2005년까지의 웹 이용자 전체의 연도별 구성 추이가 발표된 적이 있습니다. 이 발표에 의하면,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20대의 인터넷 사용량 감소 추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 세대가 공히 인터넷 사용 시간이 늘고 있는데 비해 20대만이 줄고 있다는 것이죠.

그것도 5년간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습니다. 20대의 인터넷 사용이 떨어지는 이유는 휴대폰 인터넷 사용의 증가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겠는데요.

2006년 11월 19일에 일본 무선 통신 업계에서 2위를 하고 있는 AU에서 있었던 일을 소개합니다. 핸드폰 메일 송수신에 장애가 생겨서 메일을 보내면

[송신이 되지 않았습니다(110)]

라는 내용의 에러 메시지가 핸드폰 화면에 뜬 일이 있었습니다.(SNS가 아닙니다. 일본에서는 핸드폰 하나당 옵션으로 이메일 주소를 하나씩 배정받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 메시지를 본 고객들은 110을 고객 상담 전화번호로 착각해서 이 날 하루만 무료 5만7천여명이 110으로 전화를 거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물론 110은 상담 전화가 아니라 에러메시지의 고유 번호입니다.(피씨를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예측 가능한 일이었을 것입니다.)

아무튼, 문제는 110이 한국의 112와 같은 전화번호라는데 있었구요. 그날은 110이 이 고장 신고로 거의 업무 마비상태가 되고 말았던 것입니다.

이 일에 대해서 일본의 리더들은 일본의 20대들이 PC에 익숙하지 않고, 열등한 단말인 핸드폰단말에만 익숙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보면서, 다른 선진 국가들의 20대들과의 사이에 디지털 디바이드가 생기는 문제와 함께 “열등한 단말인 휴대폰 인터넷의 보급” 때문에 컴퓨터 문맹이 증가해서 사회의 양분화가 심화되고 있다고 걱정을 하게된 것입니다.

실제로 제 주변을 보더라도 20대 중에 컴퓨터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기는 많습니다.

이에 대한 반론도 물론 있습니다. 핸드폰 단말이 계속해서 이렇게 열등한 단말로 남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일본의 젊은이들을 걱정하는 기우라는 것이지요. 일견 맞는 말인 것 같습니다. 아이폰 등을 보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들기는 합니다.

이야기를 다시 본론으로 돌리겠습니다. 꽤 지난 일입니다만, 1999년과 2000년경에 한국에서 아이모드를 중심으로한 일본 모바일에 대한 관심이 강하게 일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워낙 전 세계적으로 아이모드가 주목을 받던 때라, 도코모가 하는 것은 곧 모바일 인터넷의 표준인듯 바라보는 시선이 있었던 시기입니다.

그 당시 일본이나 한국의 모바일 인터넷은 캐리어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공식사이트가 모든 이들의 관심 대상이었습니다.

결국은 캐리어와의 관계가 매출을 좌우하는 것이 이 당시의 상식인지라, 이 당시의 모바일 인터넷 사업자들은 캐리어들과의 협상을 잘 이끌어내서 보다 좋은 매뉴에 자리를 얻는 일에 말하자면 목숨을 걸게 됩니다.

참 슬픈 일입니다만, 자뻑이니 법인 카드를 캐리어의 담당자에게 아에 맡겨 놓고 있다 는 등의 이야기들이 풍문처럼 떠 돌던 때입니다. 지금도 그런 지는 잘 모르겠군요.

이야기가 좀 새버렸습니다만, 아무튼, 그 때로부터 2, 3년 간은 한국과 일본의 모바일 인터넷이 그리 다르지 않았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그러나 2008년 현재의 일본과 한국의 모바일 인터넷은 그 모습에서 차이가 아주 극명합니다. 이미 알고 계신 분들도 많겠습니다만, 일본의 모바일에서는 우리와 달리 비공식 모바일 사이트가 벌써 20만개 정도가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공식사이트의 통계를 보면 대략 아래와 같습니다.

1. 도코모의 공식 사이트는 약8천개
2. AU의 공식 사이트는 는 약5천개
3. 소프트방크의 공식 사이트는 약4천개

비공식사이트는 공식적인 집계 기관은 없는 상황이지만 공식 사이트의 약 10배 정도가 되는 20만개이상이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받아드려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중에서는 유저수만 수백만명하는 비공식 웹사이트들도 상당수 존재합니다. 물론 상당히 커진 후에는 자연스럽게 공식사이트화 되어가지만, 그렇다고해서 공식사이트가 되었기 때문에 커졌다기 보다는 인기가 생기니까 캐리어들이 이들을 공식 사이트로 만들었다고 봐야할 것입니다. 유저수가 몇 십만명단위인 모바일 사이트는 이미 상당히 많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사실 이런 차이는 생긴 배경에는 기술의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서 사실은 좀더 안타깝습니다. 그렇다면 일본에서는 어떻게 이렇게 많은 비공식 사이트가 생겨나게 된 것일까요?

물론 일본의 캐리어들이 한국의 캐리어들에 비해서 크게 다르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오히려 잘 계획되고 로드맵에 의해 이런 결과를 얻었다기 보다는 우연에 가까운 예상치 못한 결과라고 해야하지 않을까 합니다.

아무튼, 우연이던 아니던, 이렇게 비공식 모바일 웹사이트들이 크게 번성하게 된 이유는 여러 곳에서 찾을 수 있겠습니다만, 저 나름으로 생각하는 큰 원인 제공자는 바로 거의 모든 핸드폰 이용자가 사용하고 있는 핸드폰에 딸린 이메일 주소가 큰 역할을 했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있던 기능이어서 일본 모바일 분야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다 아시는 이야기겠습니다만, 일본의 핸드폰에는 월 200엔에서 300엔을 내면 sypark@t.vodafone.ne.jp와 같은 인터넷 메일 주소를 발급받아서 이것을 핸드폰에서 송수신할 수 있게 해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메일은 캐리어가 공인하지 않은 비공식 사이트에 유저가 자신의 핸드폰으로 손쉽게 접근할 수 있게하는 문을 열어 준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할수 있습니다.

대개의 경우 비공식 사이트가 유저를 유도할 때는 2차원 QR코드나 가라메일(빈메일)시스템을 쓰고 있습니다.

1. 유저들은 광고를 보고서는 핸드폰 메일을 통해서 아무것도 적지 않은 채로 광고에 적힌 이메일 주소로 이메일을 보냅니다. 그러면 서비스 사업자의 메일서버는 유저의 핸드폰 메일 주소를 확보한 후에 등록이 가능한 URL이 담긴 메일을 유저에게 전송합니다.

2. 유저는 URL을 클릭해서 해당 서비스의 등록 페이지로 접속하게 됩니다.

3. 유저가 해당 URL에서 등록을 마치고 나면 바로 서비스를 사용하게 됩니다.
대개의 경우 등록을 마친 유저에게는 간단 로그인 옵션을 제공하는 곳이 많은데요. 간단 로그인 옵션이란 유저들이 ID, PW를 입력할 필요 없이 개별 유저들만이 이용하는 유니크한 접속 URL을 보내주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유저들은 핸드폰에 북마크 해놓은 모바일 사이트로 언제든지 단 2,3차례의 클릭만으로 원하는 모바일 서비스로 접속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방식으로 망 개방 없이도 많은 비공식 사이트가 유저들을 확보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즉, 캐리어의 도움없이 핸드폰 이메일이 모바일 인터넷 사업자들을 위해 트로이 목마와 같은 역할을 해준 것입니다.

그 다음으로 비공식 사이트가 이렇게 성장하게 된 중요한 요소는 바로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에 패킷정액제 상품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현재 일본에서는 정액제를 이용하고 있는 사람은 자그만치 2500만 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현재 3사의 데이터(패킷)통신 요금체계를 간단하게 살펴보면,

1. 도코모가 월5,700엔(일률),
2. AU가 1050엔에서5,985엔(상한),
3. 소프트뱅크가1029엔에서5985엔(상한)으로 책정하고 있습니다.

*이전 자료를 참조한 나머지 최근 가격제가 변해서 내용이 달라 진 부분이 있으면 이해 바랍니다.

일본인의 평균 가게 지출이 월 31만엔 정도인 점을 고려할 때 실제로 보이스 통신비용을 합하더라도 생활비 전체의 3%~5%를 넘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크게 부담이 안 되는 점도 있지만, 패킷 정액제를 거의 기본으로 사용하는 10대 후반과 20대 층의 경우에는 본인이 아닌 부모님이 대신해서 돈을 내주는 경우가 많아서 더욱 부담을 안느끼는 것일 것이구요.(최근 한국에서도 6천원짜리 정액제가 나왔다는 소식이 들리더군요. 환영할 일입니다.)

또한 시간당 약 900엔에서 1000엔 정도의 아르바이트를 얼마든지 쉽게 할 수 있는 곳이 일본인 점을 고려하면 실제로 정액제는 큰 부담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바로 이런 환경 하에서 비공식 사이트들이 쉽게 성장할 수 있는 배경이 만들어 진 것이라고 봅니다.

이러한 비공식 사이트들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입니까? 우선은 공식 사이트와 비공식 사이트의 차이를 명확히 해야 다음 이야기가 쉬워집니다. 그 차이는 바로 링크의 유무에 있습니다.

무슨 이야기인고 하니, 캐리어들은 전통적으로 공식 사이트에서는 모든 링크에 대한 심사를 진행합니다. 즉, 공식 모바일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서비스 프로바이더가 맘대로 웹사이트 내에 링크를 만들어 걸 수 없다는 것입니다.

링크는 웹과 웹 비지니스의 골격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렇게 공식 사이트에서는 링크가 허용되지 않는 다는 것은 즉, 공식 모바일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광고에 의한 수익 모델이 존재 할 수 없으며, 캐리어에 의존한 수익만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하지요.

그렇다면 비공식 사이트들은 바로 링크가 자유롭기 때문에 기존의 공식 사이트들과는 달리 광고 모델에 의한 수익이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되는 것입니다.

사실 상, 웹의 모든 비즈니스 모델은 링크가 없으면 불가능한 것이 대부분인 점을 생각하면 이것이 얼마나 중요한 차이를 만드는 지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덴츠총합연구소에 의하면 2004년도 일본의 모바일 시장 광고액이 180억엔이었다고 합니다. 2005년에는 288억엔까지 성장했습니다. 물론 링크에 의해 생겨난 수익 모델에 광고 모델만이 있다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현재 일본의 모바일에서 주목하는 분야가 모바일 검색시장이나, 모바일 광고 네트워크 정도가 아니라 모바일 검색 순위를 높이도록 도와주는 Mobile SEO 분야나 모바일 EC 사업 그리고 모바일 옥션 등임을 고려하면 이렇게 자유도가 높아진 모바일 인터넷 환경은 피씨 인터넷 이상의 시장의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들 모두는 지난 3~4년간 웹이 웹1.0에서 웹2.0으로의 진화하는 과정을 지켜보아왔습니다. 아래의 표를 보면 PC웹과 동일한 모델의 모바일 서비스의 출현 시간 차이가 점차 줄어들어 이제는 거의 0에 가깝게 되었음을 알수 있습니다.

1. PC 컨텐츠(1990년) : 모바일 컨텐츠(1999년) 5년 이상
2. PC 커머스(1998년) : 모바일 커머스(2003년) 4년
3. PC 옥션(2000년) : 모바일 옥션(2004년) 3년 미만
4. PC 블로그(2003년) : 모바일 블로그(2005년) 2년 미만
5. PC SNS(2004년) : 모바일 SNS(2004년) 1년 미만
6. PC RSS(2005년) : 모바일 RSS(2005년) 0년

적어도 일본에서는 모바일 역시도 웹1.0에서 웹2.0으로의 진화했다는 이야기가 되는 것 같습니다. 글이 길어졌습니다만, 이렇게 길게 일본의 상황을 공유한 이유인 한국의 모바일 인터넷에 대한 제 생각을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지금이라도 좀더 많은 비공식 모바일 사이트들이 나타나야합니다. 특히 풀브라우징에 대한 환상을 버리고, 각 웹서비스 제공사들은 WAP사이트들를 통해서 고객과 만나려는 노력을 해야합니다.

현재의 핸드폰에 들어가 있는 CPU와 건전지의 성능을 고려할 때, 완벽한 풀부라우징에 대한 환상은 반드시 버려야 하는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팬티엄 컴퓨터를 사용하면서도 때때로 사이트가 느리데 어쩌네 하는 판에, 핸드폰에 너무 많은 기대를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죠.

모바일 콘텍스트가 주는 가장 큰 벨류인 상시 정보 억세스와 정보발신의 가능성을 더욱 중요시하다보면, 서비스의 새로운 가능성은 반드시 열린다고 봅니다.

로딩타임이 훨씬 짧은 심플한 WAP 화면은 촌스러운것이 아니라 어떤 의미로 더욱 웹2.0스러운(?)멋이 있는 화면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리고 캐리어들에게는 정액제 상품을 좀더 다양하게 내놓으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특히 2등, 3등하는 핸드폰 회사들은 이런 부분에 좀더 관심을 두었으면 좋겠습니다.

1등하는 회사야 그렇다 하더라도, 어짜피 잘 안되는 회사들이라면 더욱이 잃어버릴 것이 없는 처지에서 좀더 과감하게 패킷 정액제 상품을 내놓고, 비공식 사이트들과의 협력을 통한 새로운 성장엔진의 발굴에 노력해야할 시점 아닌가합니다.

정부에 계신 정책을 입안하시는 분들께는 이런 부탁을 드립니다. 무선 통신사들이 공식 사이트에 의한 수입이라는 편식을 멈추고 웹 서비스 사업자들과의 다양한 서비스 모델 개발을 통해서 지금까지는 없었던 새로운 사업들이 속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내도록 유도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안하셔도 시간이 걸릴 뿐이지 결국은 비공식 모바일 사이트들이 크게 융성할 날이 올테이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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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위의 일부 정보들은 Mobile2.0 ポストWeb2.0時代のケータイビジネス(모바일2.0 포스트 웹2.0시대의 휴대폰비지니스)라는 책에서 참조한 내용임을 밝혀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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