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PC,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

지난 주 필자는 iPaq H3600을 구입했다.손바닥에 딱 맞는 크기의 iPaq은 이제 24시간 필자를 따라다니며 회의실에서,그리고 출퇴근 차량에서 그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필자가 근무하는 회사에서 팜이나 포켓 PC를 들고 다니는 사람만 대략 30여명,PDA는 이제 사치품이 아니라 필수 업무도구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iPaq이나 팜 등의 PDA를 우리는 POST-PC라 부른다.POST-PC,아마도 마이크로소프트나 인텔을 싫어하는 누군가가 이름 붙였으리라 생각되는 이 새로운 단어가 요사이 뜨거운 시선을 받으며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사실,POST-PC에 대해 다루는 것은 다소 부담스럽다.왜냐하면 POST-PC는 인터넷 관련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에 편중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쓰는 거의 모든 전자제품을 포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인텔 등의 컴퓨터 관련 산업과 소니,세가 등의 게임 산업,그리고 팜이나 아이모도 같은 모바일 산업과의 목숨을 건 한판승부를 모두 함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POST-PC,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는 크게 2가지 테마로 구성되는데 하나는 PC시장의 하락과 POST-PC 시장의 부상에 따라 가장 극적인 변화를 맞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최근 움직임을 먼저 살펴 보고, POST-PC를 한눈에 살필 수 있는 2001 Consumer Electronics Show(CES)에 출품된 여러 가지 디바이스들을 간략하게나마 소개하고자 한다.

자,그럼 POST-PC는 뭘까?‘POST-PC란 PC를 대체하는 네트워크 정보 디바이스’로 풀이할 수 있으며 일반적으로 네트워크에 접속 가능한 전자장치 들을 총칭하여 POST-PC라 부른다.

그런데 참 재미있는 것은 마이크로소프트는 POST-PC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다(마이크로소프트는 ‘Extended PC’라고 부른다).

2001년 2월 12일,마이크로소프트의 신형 운영 체계인 Windows XP에 대한 발표가 있는 날이었다.그런데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았던 모양이다.몇 년 전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 95를 발표하던 때와는 다르게 흥분된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고 한다.

이런 분위기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예전의 마이크로소프트가 아님을 웅변하고 있는 것이라고 보이는데 그 이유는 PC 시장의 매출하락과 직접 연결되어 있다(반대로 POST-PC 시장은 부상하고 있다).

PC 시장의 성장속도는 분명 줄어들고 있다.월 스트리트의 분석가들은 2001년 3월 분기 결산 시 마이크로소프트의 주당 이익을 43센트로 예측한다(마이크로소프트측은 올 상반기 회계연도에 1.71불이 상승한 1.81불 선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올해 250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기대하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실적은 물론 나쁘진 않다.그러나 지난 10년간 년 평균 20% 이상의 고성장을 달려 온 마이크로소프트에게 7%의 성장은 매우 무기력한 수치임에 분명하다.

주식은 사실상 성장이 멈춘 것이나 다름 없다.비록 1월에 잠깐 주가가 반등하긴 했지만 작년 최고치인 주당 115불에 비해 한참 아래인 주당 60불 선에서 그치고 있다.2월 8일 메릴린치의 한 분석가는 마이크로소프트를 ‘accumulate’ 등급으로 조정하며 장기성장률을 약 9%로 하향 전망했다.

뿐만 아니라 PC DATA 조사에 따르면,렌탈 PC시장 역시 20% 이상 하락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이에 대해 분석가들은 PC는 이미 전미에 걸쳐 충분히 공급된 상태이며 대부분의 유저들은 그들이 필요로 하는 메모리와 하드웨어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분명 PC 시장은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마이크로소프트의 최대 목적은 어떻게 70% 이상이 개인컴퓨터와 관련된 자사의 PC 수익의존도를 빠르게 발전하는 새로운 비즈니스에서 돌파구를 찾을 것인가?이며 그 돌파구는 인터넷과 POST-PC이다.

그런데 눈을 들어 바깥세상을 둘러보니 한숨이 나올 법 하다.인터넷은 무소불위의 AOL이 버티고 있고,PDA는 시장점유율 65%에 가까운 팜이,그리고 거실의 중심이 될 확률이 높은 비디오게임기 시장은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2가 버티고 있으니 말이다.

많은 투자에도 불구하고 MSN은 여전히 AOL과 야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고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2는 한마디로 없어서 못 파는 대히트를 기록하고 있다(소니 컴퓨터 엔터네인먼트의 쿠타라키 켄 사장은 2001년 전세계 판매대수를 2,000만대로 잡고 있다).

POST-PC의 첨병인 PDA 경쟁에서는 최근 아이팩과 카시오를 내세워 겨우 시장점유율을 지난해 12월 3%에서 지난달 4~5%를 기록하는데 그치고 있다.

물론 마이크로소프트도 반격에 나섰다.최근에 열린 2001 CES의 기조 연설자로 나온 빌 게이츠 회장은 마이크로소프트의 Xbox를 스스로 소개하는 열정을 보였다.’X’자를 형상화 한 Xbox는 이더넷을 장착해 인터넷에 접속되며 HDTV와 연동하고 4개의 USB를 갖추고 있으며 훌륭한 그래픽을 구현,플레이스테이션과 한판 전쟁을 선언하고 나섰다.

재미있지 않은가?마이크로소프트의 경쟁자가 소니가 된다는 사실이…비디오 게임기의 승자를 알 수 있는 날은 아마도 내년이나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소니 또한 그리 만만한 상대는 분명 아니다.소니는 이미 거실을 점령했고,막강한 미디어를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특유의 디자인 인터페이스로 수많은 전세계 팬을 사로잡고 있는 거물 중의 거물 아닌가 말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행적을 앞으로도 계속 따라가 보자.이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경쟁구도가 우리를 혼란스럽게,그리고 한편으로는 즐겁게 해 줄 테니 말이다.이제 앞에서 이야기한 2001 Consumer Electronics Show(CES)를 통해 현재 나와있는 POST-PC들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겠다.

사실 POST-PC를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로 보느냐도 난감한 일이다.장난감도 POST-PC로 볼 수 있으니 말이다.이에 필자는 2001 Consumer Electronics Show(CES)에서의 카테고리 분류를 따르기로 했으며 그것은 아래와 같다.

1.Home Automation
2.Mobile Device
3.Audio Product
4.Video Technologies
5.Internet Product
6.Digital Imaging
7.Telephony
8.Auto,Marine,RV
9.Accessories

이 중 필자의 관심을 끈 몇 가지 부문에 대해서만 살펴 보고자 한다.가장 먼저 Home Automation 기술이다.Home Automation 기술은 지난 수십 년간 첨예한 이슈였고,최근 네트워크 기술의 발달과 함께 드디어 가시화 되고 있으며 시스코,모토롤러,인텔,휴렛팩커드,파나소닉,샤프 등 60개의 기업이 연합한 HomePlug Powerline Alliance라는 단체가 표준 안을 만들기 위해 서로 협력하고 있다.

여기서는 이번 2001 Consumer Electronics Show에서 Home Automation 부문에 선보인 Cisco Internet Home,Philips DSR6000 Direct TV,Sun Dot Com Home을 간략히 살펴보도록 하겠다.이들이 제시한 홈 오토메이션 시스템은 공통적으로 24시간 DSL이나 케이블로 집안 구석구석까지 인터넷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전화와 전기 제어는 물론 가스,수도,각종 전자제품의 제어도 가능하다는 점과 서비스 요금을 월정액으로 받는다는 것이다.

Cisco Internet Home의 특징은 다양한 웹패드 제품과 어우러져 있다는 것인데 Qubit WebPad라는 무선 인터넷 디바이스를 통해 가족들의 건강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이미지를 전송 받을 수 있으며 웹패드로 유명한 Netpliance의 I-opener로 아이들이 숙제는 잘하고 있는지도 원격지에서 살필 수 있다.

Philips의 DSR6000 Direct TV는 저렴한 가격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는데 시스코와 비교할 때 10불에서 40불까지 저렴한 가격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가격이 가장 중요한 경쟁 요인이라는 것이 필립스의 주장이다.Sun Dot Com Home은 GTE,시스코와 협력관계를 맺고 있고 특징은 자바기술이 많이 구현되고 있다는 점이다.

홈 오토메이션에서 다양한 기능을 묶어내는 역할을 웹패드가 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Danny에 따르면 웹패드가 미국은 물론 일본에서도 많은 시제품이 출시된 상태라고 하는데 웹패드의 특징은 PC보다 단순하며,네트워크에 항상 접속한 상태로 가정 내 어디서나 무선으로 휴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아마도 웹패드는 TV와 비디오 기기가 하나의 리모콘으로 통합된 것처럼 가정 내 모든 시스템을 제어하는 ‘홈 리모콘’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은 Mobile Device 부문으로 올해의 화두는 역시 블루투스였다.블루투스는 davidndanny.com에서도 한번 다룬 적이 있었다.작년에 1.0이 선보인 이후 지속적으로 연구개발 단계에 있는 상태이지만 이번 CES에서는 3Com의 블루투스 PC 카드를 사용,휴렛팩커드 잉크젯 프린터로 데이터를 전송하는 데모와 3Com,TDK의 블루투스 PC 카드,Socket 커뮤니케이션의 Digital Phone Card Connection Kit 등이 선보였다.

Audio Product 부문에서는 인텔이 Pocket Concert Audio Player를 내 놓았다.인텔은 자사의 소비자 제품군-포켓 디지털 카메라나 장난감 등-과의 연동에 대해 강조했다.Pocket Concert Audio Player는 MP3,WMA 파일포맷을 지원하며,128메가 메모리를 장착했고 가격은 300달러이다.

Internet Product 부문에서 선보인 Intel Web Tablet은 데스크탑 PC와 연동하여 사용하는 무선 휴대용 타블렛 PC로 웹 서핑,MP3재생,이-메일,쇼핑,게임 등이 가능하며 가정 내에서 PC와 연동(150 걸음 이내)하여 사용하므로 2사람이 동시에 다른 용도로 PC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Telephony 부문에서는 제 3세대 휴대전화 서비스와 다이얼패드 형태의 패킷 통신이 이슈가 되었다.즉,’아날로그 전화통신이 결국 인터넷으로 전이될 것이다’라는 예언이 그것인데 물론 아직 통화품질이 아날로그 방식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긴 하지만 언젠가는 전화도 인터넷의 디지털 방식으로 흡수될 것이라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견해다.

가정이 홈 오토메이션으로 진화한다면 자동차는 모바일 오피스로 진화해 간다라는 것이 비교적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차량 이동 중 이-메일 통신을 하고 음성인식 기술이 접목된 오토 회의는 물론 자료검색까지도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간략하게나마 지금까지 2001 CES에서 살필 수 있었던 POST-PC들의 공통점을 요약하면,각각의 디바이스들이 무선으로 상호 통신한다는 점과 웹패드가 홈 네트워킹의 중심에 서 있다는 것,그리고 모든 디바이스들이 ‘하이브리드’ 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로 인해 경쟁구도 역시 하이브리드 되면서 흥미로운 싸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시스코와 필립스가 경쟁하고 마이크로소프트와 소니,세가가,그리고 GM과 Ford가 AT&T와 경쟁하게 되었으니 말이다.정말 복잡한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 2001-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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